[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향후 물가 흐름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망이 보다 어두워졌다. 물가 상승률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3% 이상을 기록할 것이란 생각이 소비자들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소비자들의 고물가 전망은 비록 실체는 없지만 향후 물가 흐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고물가가 예견되는 상황에서는 물건을 앞당겨 구매하려 한다거나 임금 인상을 요구하려는 심리가 작동되고, 그 여파로 물가의 추가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커진다. 임금 인상은 또 한 번 고물가를 유도하는 구실이 될 수 있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달보다 0.2%포인트 높아진 3.2%였다. 한은 기대인플레율이 3.2%라 함은 국내 소비자들이 전망하는 향후 1년 동안의 물가상승률 수준이 그 정도라는 것을 의미한다. 기대인플레율 조사는 6개월, 1년, 5년 등의 기간을 정해둔 뒤 이뤄지는데 한은 조사는 향후 1년을 기준 삼아 이뤄진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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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대인플레율은 작년 10~11월 3.4%로 상승했다가 12월부터 다달이 3.2%, 3.0%, 3.0%를 기록하더니 이달 들어 흐름을 우상향으로 바꾸었다.

한은 이창용 총재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회 의장이 공히 예견한 대로 ‘울퉁불퉁한’ 물가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그들이 말한 울퉁불퉁한(Bumpy) 물가는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진행되는 물가 흐름을 의미한다. 그 같은 전망은 각종 변수들로 인해 물가의 변동성이 커져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3월 기대인플레이션율 반등의 원인으로 농산물 등 체감물가의 상승을 지목했다. 기대인플레율이 심리적 지표인 만큼 최근 체감물가가 크게 오른데 따른 영향을 받았을 것이란 의미다.

황 팀장은 또 국제유가 오름세와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 등도 3월 기대인플레율 상승을 이끌었을 것이란 분석을 제시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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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우려되는 것이 국제유가의 심상치 않은 최근 동향이다.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유(WTI) 선물을 기준으로 할 때 지난해 12월만 해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70달러 내외에 거래됐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배럴당 선물가가 80달러대 초반을 맴돌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 흐름은 앞으로도 한 동안 더 지속되리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상승세가 길어지면 올해 3분기까지 완만하게나마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OPEC(석유수출국기구)플러스’ 소속 산유국들의 감산이 2분기까지 연장됐다는 점과 글로벌 경기의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 등이 그런 전망의 배경이다.

국제유가는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에 반영된다. 따라서 최근의 국제유가 동향은 이미 오름세를 이어오고 있는 국내 휘발유 및 경유 가격이 당분간 더 올라갈 수밖에 없음을 예고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 휘발유·경유의 전국 평균 주유소 판매가격은 ℓ당 각각 1638.1원과 1538.2원이었다. 전주에 비해 ℓ당 가격은 휘발유 1.1원, 경유가 1.5원 하락했다.

전주에 비해서는 미미하게 하락했지만 올해 1월 초의 휘발유·경유 판매가였던 1560원대와 1470원대에 비하면 지금의 판매가는 각각 100원 가까이 올라간 수준이다. 과일과 채소류 가격의 고공행진 탓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정부는 유류 가격마저 상승세를 멈추지 않자 다음 달 만료되는 유류세 인하조치의 추가 연장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편 이날 한은이 함께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달보다 1.2포인트 내려간 100.7을 기록했다. 여기에도 체감물가 상승세가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중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등 6개 지수만을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0~200 범위에서 값이 매겨지는 이 지수가 100을 넘기면 장기평균(2003~2023년)과 비교했을 때 소비심리가 낙관적임을 말해준다.

이번 조사는 이달 12∼19일 전국의 2500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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