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세 차례 낮출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경우 연준 기준금리는 올 연말이면 4.50~4.75% 수준을 기록하게 된다. 연준은 또 내년 말까지는 기준금리가 이보다 0.75%포인트 더 낮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2025년말 경엔 기준금리 상단이 4.00%까지 내려갈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이는 연준이 20일(이하 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면서 공개한 점도표를 통해 확인된 내용들이다. 점도표는 FOMC의 12명 정례위원과 기타 예비위원을 포함하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등 총 19명이 각자의 금리전망을 도표상에 점으로 표시함으로써 만들어지는 도표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를 통해 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점도표는 향후 연준 기준금리에 대한 위원 각자의 전망치에 불과한 만큼 새로 작성될 때마다 조금씩 바뀐다는 특징을 지닌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A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AP/연합뉴스]

이번에 공개된 점도표 역시 3개월 전 FOMC 회의 직후 공개된 것과 약간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내년 기준금리 전망치의 중간값이 기존 3.6%보다 높은 3.9%로 표시돼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연준 위원들이 대체로 전망하는 내년 말의 기준금리가 3.75~4.00%라는 것을 말해준다.

3월 점도표를 통해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 전환 개시 시점을 오는 6월로 잡고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유지하게 됐다. 정책효과를 가늠해가며 연내 세 차례 인하 경로를 밟아가려면 6월 FOMC 회의 때부터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내리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란 판단이 그 배경이다.

올해 연준이 남겨둔 FOMC 회의는 모두 6개다. 4월 30일~5월 1일 회의를 필두로 6, 7, 9, 11, 12월에 연이어 통화정책 회의가 열리기로 예정돼 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 수준을 기존의 5.25~5.50%에 묶어두기로 결정했다. 시장이 예상했던 대로다. 연준은 FOMC 회의 직후 공개한 성명을 통해 “FOMC는 장기적으로 최대 고용과 2%의 인플레이션 달성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그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기준금리를 동결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리 동결 배경과 관련, 성명은 “경제전망이 불투명하다”고 전제한 뒤 “위원회는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높은 수준의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명은 또 “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데 대해 더 큰 확신을 얻을 때까지 (기준금리의) 목표 범위를 줄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여긴다”고 부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 2개월간 인플레이션 지표가 울퉁불통한(bumpy) 흐름을 보였다고 지적한 뒤 앞으로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어 “과거 사례는 금리를 섣불리 내렸다가 다시 올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고 말했다.

이밖에 파월 의장은 이번 FOMC 회의에서 양적긴축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소위 대차대조표 축소로 표현되는 양적긴축은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 등 자산을 시장에 내다 팔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채 등을 팔 때 연준이 달러화를 받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흡수하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 양적긴축의 작동 원리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과 비슷한 정책 효과를 내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파월 의장은 이번 회의에서는 양적긴축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진행해오는 동안 보유 증권(자산)이 1조5000억 달러 정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은 자산 축소가 웬만큼 이뤄졌으니 줄이는 속도를 다소 늦출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날 발표된 연준 성명 또한 자산 축소에 대한 설명을 내놓고 있다. 그 내용은 “위원회는 전에 발표한 대로 국채, 기관채, 기관 모기지 담보 증권의 보유를 계속해서 줄이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성명은 이어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명엔 자산 축소의 속도 조절을 논의했다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배경 설명 없이 성명 내용만 놓고 본다면 당분간은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물가 안정에 전념하겠다는 게 연준의 의도라는 해석에 이르게 된다.

한편 연준 기준금리 인하가 빨라야 6월에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올해 하반기부터 내려가기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연준이 먼저 기준금리를 내리면 한은도 이후 상황을 보아가며 비로소 금리 인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현재 연준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격차는 2.00%포인트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더 높은 역전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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