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국민연금 조기수령자가 100만을 넘보게 됐다. 손해를 보더라도 당초 예정됐던 나이보다 앞당겨 국민연금을 수령하겠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방영한 결과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국민연금의 정확한 명칭은 노령연금이다. 직장인의 경우 사용자와 매달 반반씩 보험료를 지불한 뒤 퇴직 후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다달이 이 연금을 수령하게 된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1998년 연금개혁을 계기로 점진적으로 늦춰지도록 설계됐다. 골자는 2013년부터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을 기존 60세에서 5년 단위로 한 살씩 늘어나게 조정한다는 것이었다. 연령 조정이 끝나는 해는 2033년이다. 수급 개시 연령 조정의 근본 목적은 연금재정 안정성을 높이는데 있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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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국민연금 최초 수급 연령은 2013년부터는 61세, 2018년부터는 62세, 2023년부터는 63세, 2028년부터는 64세, 2033년부터는 65세로 점차 늘어나게 됐다.

문제는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늦춰짐에 따라 퇴직 후 연금 수령 때까지의 소득 공백기, 일명 ‘인생 크레바스’ 기간이 더 길어지게 됐다는 점이다. 그 결과 나타난 것이 국민연금 조기수령자 증가 현상이다.

신청을 통해 이뤄지는 연금 조기 수령은 최대 5년까지 앞당겨질 수 있다. 단, 앞당겨지는 기간만큼, 매년 6%씩 연금이 깎이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5년을 앞당기는 경우라면 당초 정해진 연금액보다 30%를 적게 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2029년부터 노령연금 수급 대상에 포함되는 A라는 사람이 5년을 앞당겨 올해부터 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또 A씨가 기간을 다 채울 경우 받게 될 연금이 월 100만원이라는 것을 동시에 가정해보기로 하자. 이 경우 A씨는 올해 조기수령 연령 조건을 채운 달부터 매달 70만원을 노령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이후부터는 물가 상승률 등을 반영해 공단이 산출하는 비율에 따라 매년 조금씩 늘어나는 연금액을 받는다.

이처럼 일부 손실을 감수하면서 노령연금을 앞당겨 받는 이들이 최근 들어 급격히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당장의 생활고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아졌음을 방증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20일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 공표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조기노령연금 수급자 수는 84만9744명(남자 57만4268명, 여자 27만5476명)에 달했다. 조기노령연금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99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연도별 조기노령연금 수급자 수는 2012년 32만3238명, 2013년 40만5107명, 2014년 44만1219명, 2015년 48만343명, 2016년 51만1880명, 2017년 54만3547명, 2018년 58만1338명, 2019년 62만1242명, 2020년 67만3842명, 2021년 71만4367명, 2022년 76만5342명 등이었다.

이상의 연도별 추이를 보면 지난해 수급자 증가폭이 유달리 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난해에 노령연금 수급 개시연령이 62세에서 63세로 한 살 늘어난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수입 공백기가 1년 더 늘어나는 것을 견디지 못한 이들이 조기 수령 신청 대열에 합류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연구원이 2022년 7월 조기노령연금 수급자 33명을 인터뷰해 확인한 결과에 의하면 손해를 감수하며 국민연금을 앞당겨 받은 이유 중 첫 번째를 차지한 것이 ‘생계비 마련’이었다. 사업 실패나 건강 악화 등으로 소득 활동을 할 수 없는 이들이 주로 국민연금 조기 수령을 시도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2022년부터 시행된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도 노령연금 조기수령을 부추긴 것으로 평가된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제한선이 연 소득 34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강화되자 노령연금을 다달이 덜 받고 대신 오래 받는 쪽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뜻이다.

자신의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약해 연금 수령 개시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려 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수명 연장이 일반적 추세가 된 오늘날의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조기수령이 장수하는 이들에겐 큰 손해가 될 수 있으나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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