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올해 공동주택 보유세가 대부분의 지역에서 작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엔 전반적으로 공동주택 시세에 큰 변동이 없었고, 그 결과 올해 적용되는 공시가격의 상승률이 1%대에 머문 것이 그 이유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으로 구성되는 주택 보유세는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곱해 산출되는 과세표준을 기반으로 부과된다. 따라서 세제상 변화가 없는 한 공시가격 등락에 비례해 보유세 부담액이 달라진다.

전년에 비해 올해 공동주택 보유세가 크게 오르지 않게 된 일차적인 이유는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인 69.0%로 동결한데 있었다. 시세반영률이 69.0%라 함은 시세 10억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공시가격을 6억9000만원으로 산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 정부는 이 비율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69.0%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이전 정부가 마련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사실상 무효화한데 따른 것이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대책의 일환으로 마련해 2020년 하반기부터 시행한 프로그램이다. 골자는 2019년 68.1%였던 현실화 비율을 점진적으로 올려 2030년(단독주택은 2035년)까지 그 비율을 90%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 같은 계획에 따라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2020년 69.0%, 2021년 70.2%, 2022년 71.5% 등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자 이 계획이 무력화되면서 지난해와 올해의 공시가 현실화율은 2020년 수준(69.0%)에 머물렀다. 징벌적 과세로 수요를 억제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것은 옳지 않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철학이 반영된 결과였다.

현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무력화시킨 이유가 부동산정책 기조의 변화에만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니다. 안 그래도 현실화 로드맵은 적지 않은 문제점과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이 프로그램이 부동산 가격 상승만을 전제로 삼아 만들어졌다는 점이었다. 그런 탓에 부동산 가격 하락기엔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높아지는 비합리적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재산세 외에 지역 건강보험료 등 60여 가지의 행정 항목에 적용되기 때문에 상향 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현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이행을 보류한 것을 넘어 해당 프로그램 자체를 백지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그리고는, 마침내 윤석열 대통령의 19일 발언으로 폐기 방침이 공개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민생토론회 자리를 빌려 “무모한 공시가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작년과 올해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고정됨에 따라 공정시장가액비율에 변화가 일지 않는 한 공동주택 보유세는 시세 변화에 의해서만 변화하게 됐다. 올해 공동주택 보유세가 작년보다 크게 오르지 않게 된 배경엔 이런 정황들이 자리하고 있다.

1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52%다. 상승폭이 작은 만큼 보유세 부담도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역별로 부동산 가격 변동폭이 달랐기 때문에 집값 상승이 상대적으로 가팔랐던 지역 및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년보다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고 느끼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다.

공시가격 변화로 1가구 1주택이면서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되는 주택의 수는 지난해 23만1391가구에서 올해 26만7061가구로 늘어난다. 종부세 대상 주택 비율도 작년 1.56%에서 올해 1.75%로 증가한다. 종부세는 6월과 9월 재산세가 고지된 이후인 12월에 별도로 부과된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2016~2020년엔 매년 4~5%대의 상승률을 보이다 현실화 로드맵이 본격적으로 적용된 2021년부터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주택 시세가 오른데 더해 시세 반영률까지 높아진 것이 그 배경이었다. 이에 따라 2021년과 2022년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각각 19.05%와 17.20%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지난해엔 부동산 경기 부진이 지속된 데다 새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69.0%)으로 되돌림으로써 공시가격이 오히려 18.61% 하락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올해엔 공시가격이 소폭 상승했지만 지역마다 시세 변동은 제각각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인천·경기 등 7곳에서는 공시가격이 올랐지만 대구·부산 등 10곳에선 떨어지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세종(6.45%)이었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30.68%나 떨어진데 따른 기저 효과 탓이었다. 세종 다음으로 상승률이 높은 지역은 서울(3.25%), 대전(2.62%), 경기(2.22%), 인천(1.93%) 등의 순이었다.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대구(-4.15%)였다. 광주(-3.17%), 부산(-2.89%), 전북(-2.64%), 전남(-2.27%)에서도 공시가격 하락률이 비교적 컸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의 실거래가지수는 3.64% 상승했다. 전반적으로는 상승하는 모습이었으나 지역별 편차는 제법 큰 편이었다. 각 상승률은 서울이 10.02%였던 반면 지방은 0.60%에 불과했다.

서울에서도 구별 편차가 작지 않았다. 송파(10.09%)를 필두로 양천(7.19%), 영등포(5.09%), 동대문(4.52%), 강동(4.49%), 마포(4.38%), 강남(3.48%)에서 상승 흐름이 나타나는 동안 노원(-0.93%)과 도봉(-1.37%), 강북(-1.15%), 중랑(-1.61%), 구로(-1.91%) 등에서는 하락세가 엿보였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다음 달 30일 결정·공시된다. 이후 한 달에 걸쳐 이의 신청을 받은 뒤 오는 6월 27일 조정·공시하게 된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